준, 하얀 고양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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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진 것이라고는 별과 바다와 안개가 전부인, 가난한 동네.


폐허가 된 옛집터에서는 쓸쓸하고 음산한 냄새가 나요.
안개에 젖은 공기는 뱀의 혀처럼 끈적거리고 축축해요.
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길은 온기도 기척도 없이 컴컴하게 굳어 있는데


그 새까만 길을 따라
스멀스멀, 오르고 올라, 꼭대기로 향하는, 하얀 꼬리



 홀린 듯 그 꼬리를 쫓아가요. 나는 알고 있어요. 이 동네에 살아있는 건 나와 이 고양이뿐이라는 것


 오르막길의 끝에서 내려다보이는 남쪽엔 바다가 있어요.
언제나 그랬듯 고양이는 바다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내가 쫓아갈 수 없는 담벼락 틈새로 달아나버려요.


홀로 우두커니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각해요.
저 바닷속엔 나와 온기를 나눌 누군가가 있을까 하고요. 송곳 같은 바람이 세차게 마음을 찔러요.
(스토리텔러 : 김기랑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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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한남대학교 하이퍼서사 프로젝트, 「OFFING」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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